역사

그들만의 건국일, 건국절!

로드스타 2015. 12. 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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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광복절 경축사에 등장하지 않았던 ‘건국’이라는 단어가 이례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준으로 한다면 67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굳이 ‘건국 67주년’을 강조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건국’이라는 단어를 광복절 경축사에서 처음 사용한 이는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2008년 8·15 경축사에서 그는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이라 선언하고, ‘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를 발족시켜 기념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수구세력이 이에 장단을 맞춰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책동을 벌였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8월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수구세력의 ‘건국절 총공세’는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역사학계 그리고 시민사회의 반발로 좌절됐다. 하지만 수구세력은 당초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건국절 불씨를 되살릴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다. 2013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사태의 본질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채택률이 0%에 가깝자 이들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와 교육부 장관이 국정화 찬성 여론몰이를 주도해 왔다. 교과서 발행제도를 바꿔서라도 학생들에게 독립운동의 역사인 광복절을 지워버리고 친일파의 복권을 기념하는 ‘건국절’을 주입시키겠다는 게 수구세력의 생각인 것이다. 이번 ‘건국절’ 파동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한상권 | 덕성여대 교수

<2015-09-30> 경향신문


<2012년 2월에 배포된 민족문제연구소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