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소리산 약수물을 먹게 된 사연

로드스타 2014. 10. 4. 10:08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약수터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몰랐으니...


지금은 2주에 한 번, 20리터 물통 3개를 채워 이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 약수물을 알게 된 계기가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명절 중의 명절 추석을 약 2주 앞둔 어느 주말 아침으로 거슬로 올라 갑니다.


새벽 6시 이른 시각, 집에서 출발...

양평->운길산->북한강->청평호->남이섬->자라섬->홍천 널미재->유명산으로 복귀하는 라이딩 코스


위 인증샷은 자라섬을 지나 가평 경강교 초입의 쉼터.

약 20분 후 일어나게 될 불상사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얻은게 더 많은 터라...




20분 후 만나게 된 평범한 내리막길, 

경사진 도로 멀리 50미터 전방에서 본 과속방지턱...그러나

(위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실제로는 3배 더 높고 깨진 상태로 인도의 높이 만큼의 턱을 드러내고 있었음)...




신나게 내려오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슈퍼 울트라 초대형 멋대로 과속방지턱!

가뿐히 넘으려다 풀 브레이킹과 함께 충격!

드랍바 제껴지고 브레이크 락 걸리고 앞/뒤 드레일러 먹통(Di2)


본격적인 업힐들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지고

드레일러 조절나사를 돌려 아우터에서 이너로 기어를 변경...


그러나 낮은 언덕 몇 개를 고정된 기어로 넘다가 체력이 바닥나고 이로인해 마실 물도 모두 소진, 

결국 양평을 10여키로 눈 앞에 두고 가까운 콜밴을 호출했으나

성묘길 교통체증과 터무니 없는 요금과 대기시간으로 포기.



언덕은 끌바를 하며 지치고 목이 타는 라이더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복숭아 팝니다, 옥수수 팝니다...


그러다 양평에서는 좀 처럼 보기 힘든 '포도 팝니다'라고 적힌 한적한 국도의 갓길 오두막 간판이 눈에 들어 오는데

순간 머리 속에 추석선물, 갈증, 택배라는 단어가 떠올라 

마침 그곳을 지키는 어르신에게 모든 것을 건 딜을 제안!


포도 네 박스와 기름값 지불을 조건으로 구매자와 구입한 포도를 목적지까지 배달 해주기로 결정!

어르신이 하우스에서 싱싱한 포도를 따는 동안 건네주신 큼직한 포도 세 송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워 갈증까지 해소!


결국 넓지는 않지만 경차에 포도박스들과 자전거를 실고 힘들고 긴 라이딩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차량을 타고 오면서 포도 이야기, 살아온 인생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소리산을 지날 때는 약수물에 대해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셔서 지금은 우리 가족도 애용하는 약수터가 되었고

하루 이틀 지나며 숙성된 포도의 달콤함이 그리워 추석이 지난 이후에도 찾아뵙고 구매하는 단골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앵무새를 키우는 취미도 딸아이와 같아 잭을 데리고 10월에 더 맛있다는 포도를 혀 끝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시 찾아 뵈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