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를 통해 바라본 엘리트체육의 통찰
참고로 이번 포스팅은 엘리트 승마나 생체 승마(생활체육승마)에 관한 글은 아닙니다.
그러한 주제로도 언젠가는 포스팅하겠지만
이번에는 승마와 말 산업전반에 관한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자료를 뒤적이다가 말의 생산과 공급 그리고 전문화된 트레이닝 분야와 연관된 승마라는 스포츠의 특이성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우리의 엘리트체육에 관한 현실이 떠올라 관련해서 생각을 정리한 글이 되겠습니다.
------------------------------------------------------------------------------------------
승마경기의 승패는 기수의 실력 이상으로 말의 능력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한 말의 능력을 얼마나 빨리 꽤뚤어 보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곳에서는 어린 말의 선별 프로세스부터 훈련 프로그램까지 아주 전문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독일이 이쪽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관련 산업분야의 규모도 커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세계대전을 치르며 유럽의 좋은 말들은 모두 자국으로 싹쓸이 해가서 해당 산업의 밑거름이 되고도 남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곳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은 혈통입니다.
특별한 시상경력이 전무한 어린 말들에게 이는 어느정도 보증서와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체형과 습성, 여러가지 미적기준 등이 나머지 상품성을 좌우합니다.
말 고유의 내적인 성질을 통틀어 기질이라고 했을 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말이라도 기질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사람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얼마전에 말 조련에 관련한 영상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조련 과정 중에 하나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펄럭이는 깃발과 땅에 놓여진 파란색 천 조각을 마장에 준비하고 말들과 훈련생들이 들어서는 장면이었습니다.
훈련생들은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은 깃발이나 천을 앞에서 끌고 다른 한 명은 말을 끌며 따라갑니다.
말을 끄는 훈련생은 말의 행동을 주시하는데 깃발과 천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물러서는 말이 있는가 하면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말, 주의를 몇 번 주면서 크게 개의치 않는 말 등 반응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 중에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 날뛰는 말은 선별해서 별도로 고참 훈련조교화 함께 말이 평상심을 유지할 때까지 꽤 긴 시간동안 집중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훈련된 말은 시각과 청각은 물론 신체적 접촉으로 인한 특정 자극에 노출되어도 크게 놀라지 않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사례만을 들어 꽤 간단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평보에서 부터 1미터 이상의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기술습득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고 다양한 훈련기법들이 긴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적용됩니다.
이렇게 각양 각색의 말의 능력과 기질에 대한 선별 분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긴 시간과 전문적인 훈련이야말로 상품성을 높이는 핵심 역량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이러한 투자는 결국 우수한 품질과 그에 걸맞는 판매가격으로 보상 받게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은 전 세계적으로 안정된 품질(?)로서 신뢰와 인정을 받게 되어 단순히 "비싼 값어치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 이상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부여 받게 되는 것입니다.
프로선수를 목표로하는 엘리트체육의 현실을 돌아보겠습니다.
유소년 축구에 발을 들여 놓은 아이들의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선별이 끝났다면 이를 제대로 훈련시켜 좋은 상품(?)을 만들수 있느냐 없느냐는 위에 언급한 말의 조련 사례에 비춰 볼 경우 전적으로 훈련 또는 교육 시스템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과정, 즉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방법에 있어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특정 시스템에 의존하기 보다는 담당 지도자의 능력으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경우 1:1 전담 교육은 고사하고 우수 자원의 선발과 관리 조차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규모가 작은 탓에 한 두마리를 집중적으로 선별해서 좋은 상품성을 유지하는 승마장은 효과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규모가 되는 곳에서는 선별과 동시에 1:1 전담 맞춤형 조련을 통해 한 마리라도 헛되이 퇴출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될 성 싶지 않은 말은 아에 마장에 발을 들여 놓게하지 않을 뿐더러 혹시나 선별 착오라 판단되더라도 퇴출 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상당히 짧을 것입니다.
긴 시간 조련 후의 퇴출은 곧 이익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고하는 말은 바로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겠죠.
아이들의 능력과 기질도 역시나 모두 다릅니다.
성장시기별로 능력치도 다르고 더 다듬어야 할 장점과 극복해야 할 단점도 모두 다릅니다.
뛰어난 유소년클럽이 되려면 소속과 동시에 이러한 부분들을 다듬어 모두 좋은 선수들로 키워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유명 선수의 한 때 소속클럽이었다는 영예 보다 유명한 클럽의 한 때 소속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유소년클럽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우수 자원의 선별과 함께 반드시 1:1 전담 맞춤형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어떠 어떠한 점은 좋은데 어떠 어떠한 점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고쳐 나아가기 위한 실행계획과 방법을 언급해주는 것이야말로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체육에서 다룰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원하는 색상만을 골라 선명성을 높이는 단순한 교육에서 벗어나
무채색의 아이들 조차 다양한 색상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선명성을 높일 수 있는 훈련과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 입니다.
그리고 운동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우리 아이들을 제발 비교하거나 나무라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여러분이 원하는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지금 여러분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바뀌리라 예상하시나요?
이러한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여러분 스스로가 아이를 빼고는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더 늦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