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책] 미의 기원, 다윈의 딜레마(요제프H.라이히흘프)

로드스타 2013. 6. 10. 14:02




다양한 동물들의 관찰과 실험을 통해서 미의 정의와 기원들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다소 추상적이고 상대적으로 여겨지는 커다란 주제를 진화론적 관점을 포함해서 다양한 시각으로 파고들어 독자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동물 다큐를 보는 듯한 책의 앞부분을 지나자 흥미를 끌지만 다소 지루하고 험난한 구간(결국 책장을 덮어버리고 마는)을 만나게 되고,

계속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버티게 되면 인간이 보는 관점에 대한 분석을 다루는 마지막 장을 맞게 된다.

하나의 명백해(?) 보이는 결론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이 책을 완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결론에 대한 공감은 책에 언급한 수 많은 사례와 관찰과 저자의 의견을 지켜보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인간의 철학적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이책의 의도는 아니라고 확신하지만(물론 저자 스스로 반박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한 부정아닌 부정처럼 보이지만) 결국 세상의 이치는 무엇인가 커다란 규칙이나 틀에 가지치기라고 느껴지는 나이에 들어서니 자연스레 그렇게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책에서 주로 다룬 삶에 있어 외적인 아름다움과 그것을 얻기 위한 요건(건강, 능력, 물질적 풍요 등)에 비해 

내적 아름다움,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진정한 삶의 미(美)가 있다면 과연 무엇이고 이를 추구하는 것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평범한 새들 속에서 눈에 띄는 외적인 아름다움이 인간과 비슷한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에 기인한다면

듣고 냄새 맡는 것에 초점을 둔 다양한 포유류에게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결국 소리와 냄새에 의존적일 것이다.


그 기준은 항상 변하지만 형태상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자극을 통한 아름다움에 있어 "모두가 최고를 추구하지만 결국 대부분이 얻는 것은 평균, 즉 평범함을 이루게 된다"는 분석 결과와 함께,  "아름다워지는 것은 추구할 만한 가치다. 그럼에도 미는 자연이 선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의견은 이런 개인적인 의문의 확장을 더욱 자극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생존 경쟁에서 벗어나는 지긋한 나이가 되어서야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처음으로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는데 이것이 내적인 아름다움의 추구 중에 하나는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전부는 아닐것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서야 저자의 결론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 것은 젊음을 희생해서 얻은 나이듦의 지혜 덕분이 아닐까?


"철학적이거나 순수한 개념과는 무관하게 대조와 비교를 통해서만 아름다움이 인식될 수 있다고 치자, 그 아름다움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진부해 보일 수 있고 처음에 추해 보였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흥미로워질 수 있다면 결국 새롭게 채워지고 발전하는 내면의 틀 속에 미(美)의 비밀 가운데 하나가 숨어져 있지 않을까?"


그렇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숨겨진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변화의 틀속에 지속되는 다양성에 있는 것이다.

결국 지속적인 새로움을 추구하는 삶이야 말로 진정 아름다움 삶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과정으로서의 변화가 아닌 목적으로의 변화를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