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책] 시빌라이제이션 - 역사를 왜 알아야만 하는가?

로드스타 2013. 3. 27. 15:17




그림으로 치자면...

아주 정교하고 사실적인 그림들을 즐기는 입장에서 

뭉텅뭉텅 그려진 추상화를 보며 가끔, 아주 가끔 거기에 담긴 의미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역사의 수평적, 수직적 틀을 거침없이 넘나들며 문명에 대한 큰 그림을 논하는 이런 류의 책이 주는 즐거움은 그 접할 기회만큼이나 흔하지 않다.


문명의 흥망성쇠에 있어 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뻔한 이야기를 두껍디 두꺼운 책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저자의 정보량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저자가 최고의 역사학자이던 아니던, 그의 모든 글과 주장에 근거가 일부 누락되었다 한들 읽는 독자가 역사학자나 관련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가리키는 손가락을 가지고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동양인으로서 서양문명에 대한 빈곤한 지식이 안타깝기만하다. 

그리고 역사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것 같다.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고 나서 접한 책이라서 그런지 연관해서 안목의 폭이 넓어짐을 느낄 수 있었고, 같은 경험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에 공감한다.


현재 세계 인구는 지금껏 지구에 살다간 인구 전체의 약 7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죽은 사람들의 수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수를 약 14대 1로 압도하는데도 우리는 감히 그들이 남긴 엄청난 양의 축적된 경험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가와 비역사가의 관계는 노련한 산사람과 무지한 등산객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무지한 등산객은  "여긴 나무하고 풀밖에 없잖아"라며 그냥 지나치는 곳에서 산사람은 "저기 봐, 저 풀숲에 호랑이가 있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