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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말은 결코 도구가 아니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아이가 말과 함께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 최선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말을 타고 즐기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대회를 나가게되고 경쟁과 승부로 점점 빠져들게 되어 처음 가졌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그 이유중의 하나다.


유소년 활성화 정책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승마장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것이고 그 실행방안이 아이들을 여러 대회에 참가시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로하여금 어떤 형태던 경쟁의 굴레를 씌워 승부에 집착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전국소년체전에 승마를 포함 시킴으로서 그 대의명분까지 만들어 놨다.   



겨울방학에 아이가 원하는 말타기를 위해 많은 승마장을 찾아 다니고 상담을 했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유소년 승마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놀랐던 점이라면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랄까?

더 놀랐던 것은 그러한 환경에서도 승마에 애정을 가진 회원들과 오랜 기간동안 운영해온 분들이었다.


 


이미 말과 함께하는 점핑의 맛에 빠져버린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환경에서 유소년 승마 활성화 정책의 면면을 꼼꼼히 뜯어 보면서 나름 비판적이며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쭉 뻗은 도로나 주유소와 같은 제대로 된 기반시설도 없고 체계적인 운전면허학원도 없이 사람들에게 어서 차를 끌고 나오라고 선전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한 두 해가 아닌 적어도 2017년까지 계획된 그러한 정책이 다른 그 어느 방법 보다도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판단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제대로된 이론 수업은 고사하고 교육 메뉴얼이나 커리큘럼 조차도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 환경에서 무작정 말만 타는 것이 아이들 안전과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는 생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점은...

정말 우리 아이들이 동물에 대한 애뜻했던 마음을 가졌던 때로 돌아가 보면 무언가는 방향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장애물을 뛰는 말이 그 비싼 능력 때문에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먼저 교육시키는 것이 과연 중요할까?

빨리 달리는 것이 말에게 있어 그 기승자 만큼 절실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게끔 교감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할까?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정말 승마의 저변확대에 중요할까?


말이 아파할까봐 박차를 되도록이면 약한 것을 쓰겠다는 아이가 어느순간 돌돌이 박차를 달면서까지 갈망하는 무언가가 생긴 것을 보면서

일찍부터 말이 친구가 아닌 도구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이는 다시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어른들의 상업적인 마인드에 기름을 끼얻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


적자에 허덕이는 승마장은 몇 안되는 말을 혹사시키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아이들을 받아 교육하고 싶어하고

수상경력이 필요한 승마장은 몇 안되는 점핑말을 휴식도 없이 대회에 출전시키거나 대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말의 입장에서 보면 혹독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연식과 능력과 성격에 상관없이 

그리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말을 갖게끔하는 것은 어떨까?


보다 더 좋은 말이나 더 좋은 코치를 찾게끔하는 지금의 구조가 아니라 자신만의 말을 키우고 자신이 원하는 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좀 더 성공적인 승마의 저변확대에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부모가 가져야 할 안목은 대회 입상성적이나 말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능력이 아니라 말에 대한 배려와 아이의 안전에 대한 교육철학이고 무엇보다 그러한 것에 많은 신경을 쓰는 좋은 코치와 승마장을 찾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