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관한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적극 추천하는 영화다.
비슷한 주제만 나와도 쳐다 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충분한 상상거리를 제공한다.
어둡고 폭력적이고 지나치게 한 쪽 면만을 강조하는 재미와 흥미 위주의 공상과학 스토리가 아닌 다분히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접근법으로 보는 이를 자극하는 볼 수록 빠져드는 영화...
인공지능 OS가 실제 여배우로 대치된다면 사랑과 소통에 관한 다소 평범한 영화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인간 이상의 지적능력을 가진 존재가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것과의 사랑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이 도달할만한 이상적인 해답이 존재 할 수 있느냐는 다분히 감성적인 질문으로 이어지는 멋진 영화다.
영화를 보고나서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인공지능 로봇처럼 보여진다면 매트릭스에서 등장하는 알약을 결코 단숨에 집어 삼키지는 않을 것 같다.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배역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인간관계에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된 것도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영화 내용적 측면에서의 교감도 흥미로웠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 영화가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무엇보다 더 많은 흥미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외부환경에 대한 감각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마이크로폰과 소형 카메라만으로 저런 완벽한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제와 상관 없으니 지나칠만 하다.
인지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추상적 개념을 이와 연관된 신체 경험을 통해 이해한다. 신체가 경험하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배우며 이를 통해 촉각, 따뜻함, 무게, 위치, 거림감에 대한 개념 파악을 발달시킨다. 그리고 여기서 물리적 따스함과 정서적 따스함의 상관관계를 체험하고 밝음과 어두움, 긍적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의 차이를 익힌다.
향후, 이러한 개념적 원리들이 반영되고 센싱 기술들이 접목된 컴퓨팅의 영역에 상당한 개인적 호기심이 발동되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좀 더 진화된 최첨단의 센서와 로보틱스 기술이 접목된 터미네이터류의 영화였다면 과연 이런 상상과 호기심의 발현이 가능했을까?
그런 측면에서 인간과 유사한 로봇이 아닌 다소 아날로그적으로 비춰지는 OS(Operating System)로 포장된 인공지능의 선택은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감을 충분히 제공한 측면이 있다.(감독이 아이폰의 '시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이 갖춰진 미래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절대적 빈곤감이라는 역설적인 가정 또한 엿볼 수 있었다.
부족함이 명석함을 낳는다고 했다.
정말 똑똑한 인공지능은 어쩌면 이런 부족함을 항상 깨닿게 하는데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철학의 존재 이유처럼...
현실로 돌아와 감독의 상상력이 발현된 이 OS가 정말 현장에 도입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미 생산현장을 지배하는 제조업 분야의 로봇은 둘러볼 것도 없고 서비스 분야의 직업군에서 인간을 물러나 앉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인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분야에 까지 진출하여 과연 인간은 무엇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