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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글/먹거리

이문안 짚불 쌈밥

나름 맛집을 찾는 분들 중에는 



도심 속, 빼곡히 줄지어선 식당가를 찾아 나서기 보다는



나름 여유와 운치를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그런 곳만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진해산미를 가져다 바친다 하더라도



아무리 몸에 좋고 둘이 먹다가 하나가 사라져도 모를 집이라 하더라도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그것도 추운 날씨에) 기다리며 차례라도 될라치면 손님을 맞이하는 서비스의 높고 낮음은 의례 묵인한채

그져 감사한 마음에 음식을 받들이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저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가볼만한 그런 곳이 있어 후기를 남깁니다.



큰 준비 없이 방문한 캠핑장에서 출출함을 느껴 가까운 식당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 계기...




마침 유명산 자락을 지나 치다가 왠지 눈에 익숙치 않은 간판이 우리 가족을 부르는 요상한 기운을 느낍니다.



빛을 발하는 요 간판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식당임을 짐작케합니다.

평소 새로 생긴 식당에 대한 불신이 깊은 지라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딱히 아는 식당도 없고 유명산 입구의 일반 식당까지 가기도 그렇고 해서 모험을 감행합니다.




마침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어딜가도 쌈밥을 먹으면 크게 후회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그냥 들른 곳.




지평막걸리가 여기까지...

오랜만에 올리는 개인적인 맛집(?)글이 될 것임을 예상치 않고 들이댄 카메라지만



주말 점심시간이 다소 지난 식당 안의 썰렁한 분위기와 함께

"지금은 짚불 쌈밥만 됩니다."라는 주인장의 퉁명스러운 한마디에 급 후회가 밀려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서 한 팀, 두 팀 차례로 손님들이 연이어 들어 오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변상련의 감정을 추스리며 조용히 주문을 하고 기다립니다.



잠시 후, 또 한 팀이 들어 오자 이 곳 식당주인이 하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합니다.


"주문을 더 받을 수 없어서 식사가 어려울 것 같네요" 


그 말을 듣고 들어 온 손님이 나가자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보면서 말을 잇습니다.


"이미 주문 받은 식사에만 정신을 쏟을 수 밖에 없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선 짚불에 초벌구이를 하러 간다며 15~2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합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그 정도는 손님도 기다리셔야죠~"



뭐 주방에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았지만 혼자서 손님 맞이 하랴, 초벌구이 하랴 음식 나르랴... 

이런 변두리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하지만 곧이어 내어오는 단촐한 밑반찬에서도 뭔지 모를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4년 숙성되었다는 미역(?)인지 하는 김치에다가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정갈한 음식들...

특히 전혀 짜지 않은 된장 느낌의 쌈장이 인상적입니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짚불로 초벌 구이해서 나오는 삼겹살



고기도 일반 정육점에서는 보기 힘든 진짜 세겹의 살코기와 지방이 확실히 구분이 되는 예쁜 삼겹살입니다.




쌀의 품종도 생소한 것이었는데 까먹고 말았군요. 

아무튼 압력솥에 갓 내온듯 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이 맛 또한 좋았습니다.




이렇게 손수 기른 쌈까지 더해 기본기가 탄탄한 밥상이라니



갑자기 횡재한 기분입니다.



이정도면 재료를 사다가 캠핑장에서 직접 식사를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저렴하면서도 맛있게 끼니를 해결 한 것 같다며 와이프도 더 만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먹성 좋은 분들에게는 다소 양이 미흡하겠지만



오랜만에 기분 좋게 모든 반찬들을 올킬(?) 할 수 있었습니다.




금년 4월에 식당을 개업했지만



벌써 부터 단골들이 꽤 찾는다고 합니다.





입소문에 사람들 발길이 많아지면 찾기 어렵겠지만 그 전까지는 다시 들러 보고 싶은 그런 식당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