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특별한 기구를 써서 정말 하늘을 날아 오르자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새 처럼 정말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 환상적인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오늘을 포함해 딱 두 번 있었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무때나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힘들게 MTB를 끌고 올라가서 산뽕을 맞을 지언정 결코 새 처럼 나는 기분과는 전혀 다르다.
싱글에서의 스릴과 속도감, 다소 복잡하고 입체적인 느낌의 다운힐과도 역시 그 무게감이 다르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자주 같은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경험 당시의 여건들을 정리해 본다.
물론 새가 되어 나는 듯한 필링을 위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1. 자전거(로드용 싸이클)
MTB나 하이브리드 자전거로는 어렵다.
눈 앞에 자전거 핸들이나 스템 또는 타이어가 알짱 거린다면 하늘을 거침없이 날고 있다는 최면 아닌 최면에 빠질 수 없지 않겠는가?
오픈카나 네이키드 오토바이를 타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겠지만 내 자신의 근육과 기계가 갖는 일체감과는 비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다.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로드 싸이클에서 가장 적합한 자세는 다음과 같다.
바람을 가르며 시야가 탁 트인 Bird's Eye View를 확보하려면 상체를 아래로 숙이고 어깨는 충분한 각도를 가지는 자세여야 한다.
슈퍼맨이 허리를 꽂꽂히 세우고 날아가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2. 탄탄한 체력
어느정도 평지에서 풍광을 스쳐지나가며 정말 날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는 숨이 차거나 허벅지가 뻐근해서는 안된다.
물론 축적된 정식적, 육체적 피로감도 제로여야 한다.
최소 28~30km/h 이상의 속도로 항속하면서도 폐와 근육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마치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처럼 느껴져야만 한다.
바람의 힘을 이용해 가볍게 날개짓하는 새와 같이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빠르고 가볍게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3. 주변환경
탁트인 시야, 상쾌한 바람, 적당한 온도와 습도, 매끈한 도로상태, 한적한 분위기를 갖춘 때여야 한다.
여름이라면 이른 오전 시간이(6시~7시) 좋겠고 주변 소음과 시선 분산이 많은 한강 보다는 좀 더 동쪽의 북한강이나 남한강 코스가 제격이다.
4. 마음가짐
속도와 케이던스를 나타내는 모니터는 무시하고 모든 잡념을 머리속에서 지운 상태로
손은 드랍바를 살며시 쥐어잡고 상체는 힘을 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숙이고 허리로 상체를 지탱하며
머리와 탁은 끌어 올려 눈으로는 다가오는 정면을 주시하고 발은 페달에 집중하며 심장은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고동치게 만든다.
순간순간 이 모든 세부 사항들에 일일이 신경은 쓰지 않지만 적절히 통제되고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어야 한다.
자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 상태에서 페달이 가볍게 느껴진다면 아주 좋은 출발이다.
1.페달을 돌리면서 다리에 가벼운 느낌이 가는 적정 기어를 찾아 고정하고 5분동안 가볍게 주행한다. (rpm, 속도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2.이 상태에서 rpm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로 끌어올려 1분을 유지한다.
3.그리고 1분을 다시 가볍게 주행...
4.2번, 3번을 반복한다.
이제 심장과 근육은 속도에 적응할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부담이 없다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약간의 토크를 실어주는 기어로 바꾸는 것도 좋다.
이제 다가오는 탁 트인 직선로에서(낮은 경사도의 긴 내리막 길이 더 좋기는 하다)
눈 앞으로 들이 닥치는 풍광에 집중하며 머리속에서 다음과 같이 주문을 짧게 외우기만하면 된다.
"나는 새다~"
하지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치의 앞이라도 고민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인간인지라
그런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속박에서 풀려나는 환희의 순간도 잠시뿐...
나 자신을 잠시 잊고 있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어느새 현실로 돌아온 고민하는 갈매기 조나단 꼴이다.
어쩌면 우리가 새가 되어 날고자 하는 희망은
단순히 훈련된 날개짓을 통한 비상이 아니라
마음의 고뇌와 번민으로 부터 벗어나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진정한 새가 되는 방법으로 5번째 항목이 추가 되어야만 할 것 같다.
영원한 구원과 해탈을 위한 "탄탄한 스피릿"!!
삶의 힐링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새 처럼 날기 위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삶의 유형에 있어서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해 볼만한 요소가 극히 일부지만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인생을 특정 목표를 향한 끊임 없는 훈련과 실전 경쟁으로 치닫는 스프린터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목표를 향해 가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 되었든 과감히 변형되어지고 생략하는 방식으로 조율되어진 삶이라고나 할까?
어쩔수 없이 자기가 아닌 누군가가 만든 룰을 따르고 지켜야만 하는 강박관념이 수반된다.
스스로 자초한 좌절감과 패배감에 얼룩진 다수와 바로 그들로 부터 추앙받는 소수,
명예와 부는 오직 그들만의 것!
반면,
목적과 경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과정에 있어 충만한 경험이야말로 절대 목표임을 주장하는 투어러 같은 인생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다.
있는 그대로에서 또는 원래 내포한 성질을 찾아내어 그 바탕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부류다.
짜릿한 성취감과 그에 따르는 부산물을 얻거나 축적하는 등의 사치를 누릴 수 없는 그들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온전히 그들의 것이다.
앞에 무엇을 보면서 달릴 것인가는 본인 선택의 몫이다.
주위를 둘러 보라!
다른 사람의 엉덩이인가
아니면 주어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