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여름에, 아기들 낮잠재울 때면 엄마가 손수 부채를 부쳐 주었다.
아기는 그 시원한 부채 바람으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비로소 안심하고 잠이 들엇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엄마의 부채를 대신하고 있다.
에어컨을 사고, 전기요금을 내기 위해 아빠 엄마가 아무리 땀 흘려 일한다고 해도, 어린 아이들이 그런 부모의 노고를 알 리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이 느끼는 부모의 사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닐까?
초등학교 5학년인 큰딸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학교까지 자전거에 태워 데려다 준 적이 있다.
학교가 조금 언덕진 곳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 200미터 정도는 경사진 길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끙끙거리며 페달을 밟아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여기서부턴 걸어가도 돼요"
하고는 자전거에서 내렸다.
아빠가 힘들어하는 것이 어린 마음에도 안쓰러웠던 모양이었다.
자가용이었다면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설령 자동차를 사고, 연료비를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해도,
부모의 그 노고가 아이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TV를 거실에서 치운지 3년이 훨씬 지났고
이번 대선 이후 멘붕으로 담배를 끊었고(일단 5년 한시적으로...)
하루 1끼 식사를 시작했으며
빵을 사먹는 대신 발효와 반죽을 해서 직접 만들어 먹고
이렇게 만들어진 빵 한 조각과 채소 몇 가지로 평일 점심 도시락을 가볍게 해결하고(이후 하루 1.5끼로 변경)
치약대신 구운소금으로 양치질을 대신하고...
마침 개인적으로도 몇 가지 즐거운 불편을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을 먹고 진행하던 중에 우연히 보게된 책이다.
그동안 소비에 매몰된 생활에서 버려야 할 습관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다시금 깨닫고 있다.
이러한 소비의 절제로 인해 세상 모든 것이 노력 없이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닫고
부모의 노고까지 이해하게 된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작가처럼 그동안에 몸에 익숙해진 습관들을 목록을 작성하고 단숨에 모두 바꾸려 시도하기 보다는
하나씩 차근차근이 습관하 하는 것이 바로 정답인 것 같다.
나는 사치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봐요.
문명적인 사치와 문화적인 사치.
문명적 사치란 비행기로 빨리 갈 수 있다거나, 한 겨울에 여름음식을 먹는다거나 하는 것이고, 문화적 사치란 이것과는 좀 다른거죠.
거리를 감상하면서 걷는다거나, 이왕 먹는 거라면 제철의 최고의 맛을 즐긴다거나 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거의 획일적으로 문명적인 사치를 추구하는 방향이었죠.
그 문명적 사치를 지지해왔던 것이 공업사회였고요. 하지만 앞으로는 문화적 사치가 중요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는 물질적으로 충분하지 못했으니까, 모두들 문명적 사치를 추구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보거든요.
'평등'이란 속박에서 벗어나야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 최고의 사회로 바꿔갈 수 있을 까요?
야마모토: 과학기술 중심의 사회 만들기가 아니라, 문화기술을 기초로 한 환경 만들기를 추진하는 방법이 하나 있죠.
과학기술이란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고, 객체를 엄밀화, 객관화함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이에요...
후쿠오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야마모토: 젓가락과 포크, 슬리퍼와 구두, 보자기와 가방을 비교해 보세요. 사용하는 원리가 원전히 다르잖아요?
후쿠오카: 젓가락은 집는 것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여서 사용할 수 있지만, 포크는 찌르는 것만 할 수 있죠.
야마모토: 슬리퍼는 발의 크기에 그다지 상관없이 누구나 신을 수 있지만, 구두는 그러지 못하죠. 보자기는 싸는 물건에 따라 자유롭게 모양을 바꿔 사용할 수 있지만, 가방은 모양이나 용량이 이미 결정되어 있어요.
후쿠오카: 젓가락이나 슬리퍼, 보자기는 대상을 규제하지 않는군요. 상당히 개방적인 느낌이 드는군요. 반대로 포크나 구두, 가방은 폐쇄적이네요.
...
그 결과, 사회는 점점 균질화 되었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인간해방의 길이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걸어갔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무엇을 선택하든 대동소이한 상태가 되고 말았어요.
야마모토: 포크나 가방, 구두는 분리의 기술이죠.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고, 객체를 엄밀히 규정하는 과학기술이라는 것도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고, 객체를 객관화함으로서 구성되죠. 산업화를 지탱해왔던 것은 이 분류의 기술입니다. 한편, 전통문화는 객체를 엄밀히 규정하지 않는 비분리의 테크놀러지라고 할 수 있죠. 원리가 전혀 달라요.
현대는 이 중에서 분리의 테크놀러지가 제공하는 편리함이 실현되었을 뿐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