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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책] "총, 균, 쇠" -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오랜만에 IT서적과 같은 두께의 책을 읽었다.

다소 생뚱맞은 단어들의 나열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제목을 지닌 책이지만, 

인문학적 부제와 책의 두께로 말미암아 쉽게 다가설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완독하고나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면...

유럽의 만성적 분열과 중국의 만성적 통일이 주는 교훈을 언급한 부분이다.


인류문명 발전사에 있어 끊임없이 분열하는 유럽이 통일을 추구하는 중국을 앞서게 된 계기 중에 하나는 

바로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일삼는 통치구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한다.

물론 여기에는 보다 더 복잡한 지리적 특성을 지닌 유럽대륙의 특성에 기인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물리적환경과 획일화된 문화의 단면을 지닌 중국과 비교하면 더욱 크게 대비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에서 보듯,

다양한 환경과 이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분열(돌연변이 포함)을 통한 다양성 확보에 있고

거기서 살아남아 주류를 이루게 되는 것이 곧 발전된(?) 진화라는 것이다.


통일을 이룬 폭군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그 나라, 더 크게는 해당 문명 전체의 혁신을 가로막지만

분열을 일삼는 국가들로 이루어진 문명세계에서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기껏해야 그들이 속한 문명에서 도태되는 것일 뿐이다.


크리스토퍼 콜롬버스가 중국이나 혹은 통일된 유럽에서 태어났다면,

이탈리아 출생의 그가 여러 국가와의 설득과 좌절 끝에 얻어낸 스페인 국왕의 지원으로 이루어낸 남북아메리카 식민화는 불가능했을테니까 말이다.


책을 모두 읽고나니 다윈의 진화론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의 전개가 결국 인류문명 발전사에도 일맥상통한것이다.

마치, 세포분열을 통화 진화과정이 보듯이 말이다.


그런면에서 미래의 중국이 정치, 사회적 다양성을 갖게되고 지금의 유럽이 삐걱 거리면서 통합의 기틀을 잡아 간다면 다시금 문명의 흐름이 바뀌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한반도 좁은 땅덩어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우리... 

역사에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제는 무엇보다 이러한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대기업 위주의 경쟁력 집중,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권력구조,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언론환경 등...

점점 더 동북아의 작은 변방으로서 기억속에서 잊혀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더 이상, 사회를 분열시킨다거나 사회적 대통합에 반한다고 하여 모든 다양성의 뿌리 조차 잘라내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