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얼마전에 국내 개봉한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원작 소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요즘들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 도서관으로 얼른 달려가 그 원작소설을 먼저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 가족의 일탈(?)을 재미있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하니 나름 호기심도 발동하여 도서관에서 바로 대출신청!
상/하, 총 두 권으로 역여져 있는 오랜만에 읽어보는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일본문화 특유의 소소한 재미가 영화뿐 아니라 소설작품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국내에서 크게 재미를 못 본 것 같습니다만(인터넷 평가를 보아하니...)
책을 읽어보니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다소 짐작이 갑니다.
글 여기저기에 산재한 재미와 유머가 주인공의 독백에서 기인한 면도 없지 않지만
세세하게 그려진 등장인물들 모두의 캐릭터를 짧은 런닝타임에 소화해내기가(모든 원작소설 바탕의 영화가 그렇듯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과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상황대치에서 펼쳐지는 긴장감과 재미는 오히려 드라마의 소재로서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대선 후 맨붕상태에서 책을 읽다보니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책이기도합니다.
세상이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젊었을 때는 시위의 주동자로서 극렬하게 저항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무정부주의자로서의 삶 말이죠.
의무 가입인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이 국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라기 보다 국가가 걷는 세금의 또 다른 형태라고 믿고,
돈 걷는 것에만 빈틈없는 법의 잣대를 들이미는 국가나 정부가 없으니만 못하다고 여기는 지로의 아버지는
국민연금 납부를 끝까지 거부하게 되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과도 마냥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단의 경우 6개월 미납시 법원을 거치지지 않고 바로 전 은행에 거래정지 및 압류가 들어갑니다. 오랜기간 기다려 법원 판결받고 집행문부여신청서까지 받아들고 압류를 해봐서 아는데 그 어렵다는 거래은행의 계좌압류가 정말 손쉽게 가능합니다. 그리고 사전 압류통지라는 것이 내용증명이나 본인 수령확인 따위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 일반 요금고지서 같은 일반 우편으로 한 장 딸랑 보내고서 말이죠)
그런면에서 지로의 아버지가 공무원들을 국민의 세금을 빨아 먹는다고 조롱하거나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들을 국가의 개들이라고 비아냥대는 장면에서는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폭력을 근절시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면서도 실상 학교 폭력 조차도 근절 못한다고 자조하는 어린 "지로"의 독백에서는 아버지의 사고방식에 공감을 하게 되는 계기도 됩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에 언급한 국가 탄생배경에서 보듯,
필요에 의해 생겨났지만 그 우두머리와 정치세력의 도덕성에 따라 그 제도의 장점보다 단점이 커질 수 있음을 이 소설에서도 엿볼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방식으로 말이죠.
아무튼 지로의 가족과 같이 순응하지 않고 용감하게도 이러한 인류사회학적 진화(?)에 역행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건, 지로의 아버지는 지로를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시키는대로만 행동하는 국가의 시종이나 개로 키우고 싶지 않았던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사회와 제도를 위해 보다 정형화되고 보다 생산성이 향상된 국민들만을 찍어내기 위한 학교나 사회, 모두에 등을 지고 주체적인 인간, 가족과 인간 중심의 공동체를 꿈 꾸면서 말이죠.
만일, 무리 사회, 부족 사회, 추장 사회에 이어 현재와 같은 근대 국가사회를 잇는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그러한 꿈은 더욱 멀어지지 않을까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는 더 많은 문제점을 더 정교하게 다루어야만 할 것이고 합리성과 과학적 명분 아래 세분화된 사회는 보다 많은 부분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통제되게끔 만들어질테니 말이죠. 그 때가 된다면 아마도 지금이야말로 그나마 단순한 사회였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던진 화두는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입니다.
국가사회 시스템에 의존해 무뎌지고 길들여진 우리 자신을 깨닫고 개개인의 비판과 자각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이요 바른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 위한 기본이 아닐까요?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몸담고 있다가 이루지 못한 꿈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개개인 모두가 바뀌어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온다고 믿는 지로 아버지의 주장처럼 말이죠.
사실, 이 작품이 개봉된다고 하여 설 명절에 가족끼리 극장에서 보려고 예약을 하려했으나, 15세 이상 관람이라는 약간은 이해가 안되는 등급때문에 보지 못했습니다.
초등학생 "지로"의 눈에서 전개되어지는 이 원작소설이 왜 "전체 관람"을 받지 못했을까 다소 궁금합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영화의 재미를 느낄것이라고 판단했다면 모를까
충분히 전체 관람 가능 영화로도 그릴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은 초등학생 아이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지로"의 특이한 가족사로 인한 꼬인 학교생활이 주가 되는 상권의 경우 이야기 내용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어려운 용어에 대한 쉬운 설명도 곁들여져 있어 아이들에게 소설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