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감동스러운 장면, 흥미진진했던 게임들이 있을겁니다.
그중에서도 매니아급 정도되는 이들에게 긱억에 남는 장면 한두 가지를 꼽으라면 쉬운 선택이 아니겠죠.
하지만 축구를 TV로만 가끔 접하는 아이 엄마에게 감동스러웠던 장면은 지난 주 까지 딱 하나였습니다.(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그런데 주말 이후에 그에 버금가는 감동의 순간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고 싱글벙글입니다.
바로 지난 주 일요일에 열린 차범근 축구교실의 초등부 페스티발에서
아들이 뛰는 팀이 우승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생각하기에도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던 경기에 비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경기들이었습니다.
항상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박진감이 이만저만한게 아닙니다.
결국 아이가 포함된 팀이 리그전으로 치른 여러 팀들을 제치고 4전 전승으로 결승전에 오르고,
B조의 강력한 우승 후보에 맞서 3대 2로 뒤지던 안타까웠던 상황에서 아이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만들고
바로 시작된 승부차기로 멋지게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니 말이죠.
33도에 이르는 뜨거운 태양 아래 덥거나 지쳐하는 모습 하나 없이 뛰는 아이들...
경기를 지켜보며 결론 내린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팀을 이루는 뛰어난 한두 명의 아이들 때문이 절대 아니라
각각의 아이들 스스로 어느 포지션에 본인이 맞는지에 대한 자기 평가의 정확성과 그 포지션의 다양성을 가진 팀이
바로 우승에 유리한 팀이었다는겁니다.
즉, 골기퍼면 골키퍼, 수비면 수비, 미드필더면 미드필더, 공격이면 공격 등 다양한 포지션에 그런 아이들이 골고루 이루어진 팀이(초반에 뒤지더라도 결국 역전승의 빌미 밖에 되지 않는) 결국 한두 명의 출중한 아이들로 이루어진 팀(초반 기선을 제압 당하면 쉽게 무너지거나 정말 뛰어나더라도 주로 준우승에 그치는)을 넘어선다는 것이죠.
이점은 사회생활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항상 같은 반의 친구들과만 뛰었던 아이에게 그룹별 리그전과 토너먼트로 승자를 가리는 대회는 처음이었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도 처음이었으니 우승에 대한 감동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경험을 하게된 가족들 모두에게 정말 뜻 깊은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스스로에게는 자신감과 부족함, 이 모두를 일깨우는 커다란 자극이 되었을겁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즐거움을 이렇게 가족과 함게 누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커다란 보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경기중에 "자빠뜨려..."라고 소리치거나 골을 막지 못한 아이를 나무라는 몇몇 부모들로인해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축구를 하고자하는 누구나 부담없이 가입하고 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하는 것...
아마도 차범근 축구교실이 이루고자 하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말을 좋아해서 승마를 배우고 함께 즐기기 위해 축구를 배우는 건강한 배움의 철학이 삶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가져다 준다고 더욱 확신을 가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내 어린시절을 돌아보면서 지금 그라운드에서 뛰노는 아이들에 대한 약간의 질투심과 아쉬움이 있는게 사실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얻은 이런 기회들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