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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투어/장비/팁

자전거, 그냥 즐겨라 vs 자전거, 목적에 맞게 즐겨라!



단순한 즐거움의 추구, 

이 짧은 문장 하나에도 수많은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좀 연식이 되는 분이라면) 경험으로 알 수 있을것입니다.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또한 이와 같음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상쾌한 주말을 기다려 한강의 자전거 도로를 한 번 나가 보죠.

서로 이어폰을 한 짝씩 나눠 끼고 강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젊은 연인들(물론 헬맷 따위는 없다)에서 부터 예사롭지 않은 복장으로 배낭을 둘러매고 깃발이 달린 산악자전거로 힘들게 페달을 돌리며 달리는 60대 어르신들까지 꽤 다채로운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각양 각색의 라이더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됩니다.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는 자전거 타기에서 "자전거, 그냥 즐겨라"는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진정한 즐거움에 대한 지은이의 경험적 아젠다를 피력하는데 있어 다소 지엽적이고 편협한 문제접근 방식이자 설득력은 고사하고 30년 경력만큼의 노땅 소리라고 불려질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 받는 스마트폰 세상입니다.


비록 프로선수가 아니더라도 무료로 제공되는 스마트폰 앱만 설치하면 같은 공간과 시간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아니면 생판 모르는 라이더들과) 같이 달리며 평속을 가늠하고 최고속을 다투며 저장된 자신의 구간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전에 없어던 신선한 재미를 즐기고 추구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구간별 속도 정보>


<구간별 현재 자신의 순위>


또한 선수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온 정보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각종 장비와 전문 의류에 대한 지식, 선수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용도와 종류...

예전 처럼 단순히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게 아니라 왜 하는 것이며 어느 용도인지, 나에게 맞는지 스스로 분석하고 답을 찾아 취사선택 가능한 지능적인 스마트 컨슈머라 불려도 손색없는 세대들입니다.


즉, 몰라서 못했던 시대가 아니라 없어서 못하는 시대입니다.


물론 자신에게 맞는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모두가 고가의 장비나 의류 그리고 속도경쟁 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책의 목차만 봐도 앞서가는 저기 저 사람을 따돌릴 방법은 전혀 없는 책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되는 내용도 많지만 마치 자전거계의 청교도적인 색채가 물씬 풍긴다는 농담이 떠오를 정도로 저에게는 내적 충만함(?)을 강조하는 그런 책으로 느껴집니다.


즐거움이란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적 성취"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매일 항상 똑 같은 경치를 바라보며 출퇴근하는 라이더들에게 "그냥 즐겨라"라고 일갈하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입니다.

또한 비만과 당뇨 등의 지병을 가진 사람에게 라이딩을 통해 건강을 찾아주려 하는데 동기부여로서 "값싼 자전거를 구입해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경치감상" 보다는 "쭉쭉 빠진 몸매를 여실히 드러내주어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나만의 져지핏 만들기"야 말로 특효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즐거움의 성취를 위한 방법론은 각자 찾아가는 것 뿐이며 거기에 다양한 예를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이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만약에 제가 30년 베테랑 라이더로서 책을 쓴다면 제목은 아마도 "자전거, 목적에 맞게 즐겨라"일 것이고 목차에는 아래 내용들이 필수로 들어 갈 것입니다.


- 자전거 출퇴근 라이더에게 맞는 자전거 및 복장 선택요령(부제: 출퇴근 거리별 선택)

- 속도를 즐기는 라이더에 맞는 코스 및 훈련방법

- 겨울철 자전거 및 복장 선택

- 산악자전거 안전하게 타기

- 자전거를 타고 새 처럼 풍광을 즐기며 가볍게 나는 방법

- 캄캄한 어둠속을 자전거로 달리는 방법


물론 "자전거, 그냥 즐겨라"라는 목차가 한 꼭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구요.


아무래도 아이들과 경치감상만 하며 자전거를 타봤던 사람 보다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위해 많은 경험을 해 봤던 라이더들을 대표해서 

자전거와 라이더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이런 넓은 이해와 아량이 담기기를 희망합니다. 


Riding for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