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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투어/후기

"난 쉴래! 자기 혼자가~" - 미시령, 구룡령 올레(Olleh) 투어 #2


[바이크투어/후기] - "난 쉴래! 자기 혼자가~" - 미시령, 구룡령 올레(Olleh) 투어 #1


동해의 저온현상으로 주문진항은 예전 이맘때와는 달리 오징어를 싸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지난 주는 7마리에 1만원선이었는데 지금은 5마리에 1만원까지 올랐다. 물론 지난 달에는 10마리에 1만원이었고...

근처 횟집 주인 왈...
왜 주문진에서 잡히지도 않는 생선을 서울 보다 비싸게 사먹는지 모르겠단다. 특히 광어, 우럭...
꽁치, 오징어 등은 싸게 붙여 줄 수도 있으니 곰치, 물회, 도다리 먹으러 나중에 한 번 들러보랜다.



개인적으로 이런 곳에 가족과 오면 회 보다는 생성구이를 좋아한다고 하니 한 곳을 소개시켜준다.
구이가 맛있으려면 직접 장을 봐서 손질하고 뼈에 핏기를 잘 빼서 구워주는 곳이 좋단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날씨도 오락가락이다.

일단 복귀를 마음먹고 예상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 휴양림과 야영장이 많은 구룡령 구간을 선택한다.



네비게이션에 씌워 놓은 방수팩은 도대체 사용성 테스트나 해 본 것인지 의심이 간다.
밀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습기가 차서 도저히 볼 수 없는 상황이 되는데 말이다.
결국 칼로 잘라서 사용하는 수 밖에...



구룡령을 향하는 초입에 양양 송천리 민속떡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설악산과 점봉산 자락에 묻혀 있는 오지 마을이라는데 전체 가구수가 40여 가구 된단다.
매일 새벽이면 찹쌀을 시루에 얹어 장작불로 찌고 떡메로 쳐서 손으로 빚어낸다고 하는데 일반 떡에 비해 쫄깃하다.
쌀은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해 품질도 좋다고 한다.(무농약, 오색약수에서 흘러내린 논물)




외진 곳에 호젓하게 떡을 팔고 있어 호기심에 잠시 쉬어 가니 옛날 지나가는 객을 맞이 하듯이 대접이 남다르다.




늦은 시각까지 그날 만든 떡을 그날 모두 팔기위해 퇴근(?)을 미루고 남아 계신다고 한다.



지켜보고 있자니 많은 분들이 이미 이 곳을 알고 있는 듯, 남은 떡도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아주머니들의 퇴근길을 마중 나오신 어르신이 동동주와 감자전을 청하니 해는 이미 떨어지고 비까지 내리는 분위기에 사양 할 수가 없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또 내일 새벽 일찍부터 양양장(4일, 9일)에서 팔기 위한 떡을 빚기 위해 모두 서둘러 퇴근하신다.
 
강원 양양 송천떡마을


이미 해는 넘어가고 굵은 빗줄기와 산 중턱 아래까지 낀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

예상대로 일단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아 가까운 갈천 오토캠핑장에 들렀으나 내일까지 예약완료 상태이고 예약하지 않은자는 퇴실 조치한다는 무시무시한 안내표지판을 보고 방향을 돌려 미천골 휴양림으로 들어간다.

워낙 알려진 휴양림이었지만 초행길이다.
그래서인지 산을 타고 넘어가는 듯한 가파른 비포장 도로와 계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4~5개의 다리를 지나면서 이런 휴양림은 정말 처음이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거기에 비하면 삼봉휴양림은 강남대로다.




결국 차량으로 꽉 들어찬 야영장들을 지나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정상까지 도착해서야 어두운 밤을 가르는 헤드라이트 불빛에서 눈을 뗄 수 있엇다.

바이크의 시동을 끄자 칠흙 같은 어둠에 휩싸이고



마침 주위에 마련된 정자(미천골정)에 서둘러 짐을 푼다.

일단 헤드렌턴을 키고...



주 렌턴을 살펴 보지만 맨틀이 부서진 상태






다시 보조 렌턴을 찾아 불을 켜니 비로서 집에 온 듯한 여유가 생긴다.









사방이 컴컴한 곳에서 이 조그만 렌턴의 밝기와 분위기는 페트로막스 부럽지 않다.



현재 시각을 보고자 휴대폰을 보니 이 날 안사람을 화나게한 연락두절의 원인인 통화불능 지역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좀 더 아래에 있는 야영장에서는 통화가 된단다.







짐을 정리하고 얼마 있으니 밤 공기를 쐐러 야영장에서 올라온 손님들이 찾아온다.



마침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려 했던 차에 계곡물을 떠다 커피를 타고 떡마을에서 얻은 떡을 내어 놓으니



이런 만남 또한 즐겁다.



정자에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집까지의 남은 거리 216km...



비만 오지 않았어도 지금쯤 집에서 자고 있었을텐데 ㅎㅎ




정자 밑에서 들리는 폭포 같은 물소리(?)와 네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분위기를 만든다.




야영과 취사가 허락되지 않는 곳인데 저 현수막 마져 들이치는 비를 막아주니



지금 이 순간이 오히려 집 보다 편한 곳이 되어 버렸다.





빗속을 뚫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붉은 불빛을 내는 두 눈을 가진 독수리(?) 같은 나방과



길게 뻗은 뿔이 꽤 위협적인 사슴벌레들이 극성이다.



이름도 그냥 "사슴벌레"로서 가장 대표적인 사슴벌레라고 하는데 천안 서곡 야영장에서 봤던 애사슴벌레와는 달리 상당히 호전적인 것 같다.



일찍 부터 사람들이 찾는 정자에서 늦잠을 잘 수 없는 만큼 일찍 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분위기 탓에 잠이 오지 않는다.

[바이크투어/후기] - "난 쉴래! 자기 혼자가~" - 미시령, 구룡령 올레(Olleh) 투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