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행사는 바로 "이천쌀밥 명인전"이 아니었나 싶다.
밥짓는 일이야 평소에 전기밥솥이 알아서 해주는 시대인지라
오랜시간 동안 불 앞에 쪼그려 앉아 정성들여 불을 지피고 뜸을 들이는 모습이 왠지 신기하면서도 예전 시골에 밥을 짓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라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곁에서 밥이 다 될 동안 지켜봅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차분하고 숙련된 동작 하나하나가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불을 지피는데 쓰이는 뗄감도 가지각색입니다.
주 연료로 쓰이는 통통한 나무가지가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 불을 순식간에 지펴주는 가늘고 바짝 마른 잔가지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밥을 지을 때 쓰이는 물도 각자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듯 합니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의 몸 동작 하나 하나가 일사불란하고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점차 각자의 특징들이 눈에 띕니다.
처음보는 사람도 느끼는 이런 분위기를 심사위원들도 물론 알고 있겠지요.
명인전 행사장 옆에서는 2,000인분의 쌀밥을 위해 여러명이 가세하여 큰 가마솥에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밥 보다는 커다란 누룽지가 더 기대됩니다. ^^
시간이 제법 흘러 고소한 밥짓는 냄새가 불을 지피는 냄새와 더불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식욕을 북돋고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다소 긴장의 눈초리와 몸놀림으로 최고의 밥맛을 위해 초초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정성들여 솥뚜껑을 닦는 모습은 다시금 고향의 추억을 느끼게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평소 여유를 되찾아가는 참가자와 더욱 초조해지는 참가자의 구분이 뚜렷해집니다.
다른 참가자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방금전 막 집에서 밥을 하다가 나온 듯 한 모습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참가자분입니다.
밥이 되는 동안 주위를 쓸고 찬물로 솥을 닦고 잠시도 쉬지않고 계속 분주합니다.
아마도 여러가지 요소들이 평가의 대상이되는가 봅니다.
참가하신 분들의 복장도 다양합니다.
심지어 주위를 정리하는 빗자루도 다양하군요.
이제 뜸을 들이는가 봅니다.
이제 모두가 뜸을 들이는 시각이 다가오자 그 결정의 시기를 저울질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초조한 모습에 갑자기 나무를 더 넣어 불을 더 지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과 행동으로 왠지 밥이 되지 않았는데도 그 결과에 신뢰가 가는 분도 보입니다.
가마솥 가까이 얼굴을 대고 김 냄새를 맡는 분도 보이는 것이 이제 시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들도 평가항목을 챙기며 본격적인 심사 채비를 합니다.
생각대로 차분하게 정성을 들이며 빈틈이 없던 모습을 보이시더니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심사위원들을 맞이합니다.
드디어 개봉!
밥의 잘 됨은 무엇을 보고 결정하는 걸까요?
중국은 죽을 잘 지어먹고 일본은 다소 된 듯한 밥을 좋아하고 우리나라는 찰진 밥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전기밥속에서는 볼 수 없는 저 황금색 누룽지가 구경꾼들이 가장 기다리던 것이었나 봅니다.
순신간에 동이납니다.
밥맛의 차이는 잘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누룽지의 맛은 최고를 쉽게 알 수 있겠더군요.
사람들 틈에서 기회를 놓친 외국인에게 구원의 손길이...
모든 참가자들의 결과물을 시식한 소감으로는 역시 예상대로 제일 먼저 밥을 지은 분이 누룽지 맛도 최고였습니다.
아마도 가장 좋은 점수를 받으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